채무불이행으로 타인에게 경제적 손해를 입히면 항상 따라오는 것이 배임죄 분쟁입니다. 얼핏 보면 똑같아 보이는 의무인데 어떤 것은 ‘타인의 사무'로 평가되어 배임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어떤 것은 자신의 의무를 불이행한 것이어서 배임죄가 아닌 민사책임만 지게 됩니다. 이같은 배임죄에 있어 타인사무 개념에 혼란이 있지만 몇몇 단편적인 사례만 가지고는 구체적인 사안에서 배임죄의 요건을 정확히 파악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대법원. 판례가 있는 사안과 유사하다면 일반인도 어느 정도 배임죄 성부를 예측해 볼 수 있지만, 내 사건이 그 판결이 적용될 수 있는 사례에 해당하는지는 여전히 확신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배임죄에서 타인 사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사무귀속의 주체에 관한 법리 자체를 명확히 꿰뚫어 보는 변호사와 상담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배임죄에서의 타인의 사무란 모든 사무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재산상 사무만 가리키는 것입니다. 따라서 배임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살피려면 판례 및 실무기준에 따라 재산상 사무에 속하는지 여부를 반드시 체크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계약상 명시되어 있지만 특별히 재산상 손해와 무관해 보이는 의무들이 있는데, 이에 대해 배임죄 분쟁이 발생하면 변호사를 통해 면밀히 계약검토를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사무귀속 주체를 판단할 때에는 일반적으로 피의자에 대하여만 인정되는 의무일 것을 요합니다. 왜냐하면 배임죄는 기본적으로 사무를 위임한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배신한 점에 본질이 있는 범죄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피의자뿐 아니라 누구라도 준수해야 하는 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배임죄의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습니다. 즉 배임죄의 사무는 기본적으로 채권적 의무인 때가 많으며, 물권적 효력에 기인한 의무는 배임죄에서의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례로 대법원은 채무자가 자기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제3자의 부동산을 저당잡아 준 경우 해당 근저당권등기를 유지할 의무는 배임죄에서의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시하였습니다. 이 판결의 피고인은 위와 같이 근저당등기는 경료하여 주었지만 그 후 문서를 위조하여 해당 등기를 말소하여 배임죄로 기소되었는데요. 대법원은 채무자가 담보제공약정에 따라 근저당등기를 마친 것만으로 이미 의무이행을 다한 것으로 보아 배임죄로 처벌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처럼 타인사무를 완료한 후에 등기를 말소하지 않을 의무는 물권의 대세적 효력에 의한 의무로서 당연한 귀결로서 모든 사람이 부담하는 의무이므로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 것입니다.(대법원 2007. 8. 24. 선고 2007도3408 판결 참조)
다만 위 판결을 자세히 보면, 물권적 효력에 의해 준수할 의무 외에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해줄 약정상 의무는 피고인 자신의 의무가 아니라 배임죄에서의 타인 사무에 해당한다는 취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등기의무에 관하여는 겉으로 보기에 채무자의 사무처럼 보이더라도 타인 사무로 인정되어 배임죄가 성립하는 때가 많습니다. 이는 등기신청에 관하여는 채무자만 신청하는 것이 아니라 채권자와의 공동신청주의를 택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깊은데 이로 인해 배임죄 위험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다른 의무불이행은 몰라도 적어도 남에게 등기이전을 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 사안이라면 변호사와의 법률상담을 통해 의무불이행시 배임죄 성립가능성을 객관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다만 앞서 살핀 근저당등기 설정의무와 관련해서도 최근 배임죄의 무죄를 주장할 여지도 있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부동산에 관해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이를 위반하여 제3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었다 하더라도 이는 배임죄에서의 타인의사무에 해당하지 않아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는 근래 이중매매에 대해 대법원이 점차적으로 배임죄의 성립을 일부 부정하는 경향을 보여주는 판례입니다.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대물변제의 예약에서 채권자가 중시하는 것은 변제를 확실히 받는 것이고 예약에 기해 소유권이전등기를 받는 것에 있지 않다는 취지로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였습니다.
물론 이같은 판례를 근저당권설정계약이나 기타 다른 계약에 확대적용하여 배임죄른 다투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적어도 배임죄에 있어 타인 사무인지 여부에 대한 검토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사례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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