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업무상배임죄로 기소된 때에 변호인이 거의 빠짐없이 주장하는 법리가 바로 경영판단의 원칙입니다. 경영판단에 속하는 행위임을 주장하면 실무상 임무위배행위 내지 배임죄의 고의를 부인하는 취지의 주장으로 보아 판단하는 것이 법원의 입장인데요. 경영판단이라는 개념은 본래 상법상 이사의 손해배상책임을 면책하기 위해 개발된 이론으로, 민사법상의 논리가 업무상배임죄 형사처벌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발전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이처럼 경영판단에 속하는 행위인지 여부는 기업가를 업무상배임죄의 위험에서 구해 주는 역할을 하지만, 그 적용기준이 추상적인 면이 있고 아직은 미국 법원의 판례법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 관련 판례동향에 밝은 법무법인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상법 제399조는 이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하고 있는데, 합리적인 경영판단 범위 내의 행위에 대해서는 비록 결과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 하더라도 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민사책임을 물을 수 없는 사안에 대해 그보다 더 엄한 제재인 형사처벌을 내릴 수 없다는 인식에서 경영판단을 업무상배임죄에 적용하자는 논의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특히 민사상의 손해배상책임은 고의 외에 과실만 있는 경우에도 인정되는데, 경영판단 내의 행위에 대하여 민사상의 과실책임도 물을 수 없다면 고의범죄인 업무상배임죄 또한 성립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가능합니다. (물론 민사법원의 판단에 형사법원이 반드시 구속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 임직원에 대한 업무상배임죄 적용은 소액주주와 회사의 보호에 유리한 면이 있으므로 분명 필요하지만, 이를 과도하게 적용하면 기업가정신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지요. 경영판단원칙은 적어도 결과만 가지고 업무상배임죄 처벌을 할 수 없음을 확실히 해준다는 장점이 있으며, 나아가 경영자로 하여금 어떤 판단경로를 거쳐 경영활동을 해야 업무상배임죄의 위험을 방지할 수 있는지 예측가능성을 높여 준다는 점에 의의가 있겠습니다.
다만 경영판단원칙을 적용해야 할 경영자의 경영활동은 워낙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개별 사안마다 구체적인 판단요소는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경영판단에 관하여 논란이 많은 것도 이에 기인한 것이며, 결국은 하급심판결을 포함한 법원의 실무기준(경우에 따라서는 경영판단원칙이 먼저 발달한 미국 판례까지)을 정확히 알고 업무상배임죄의 형사법정에서 적극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변호사의 역량이 꼭 필요합니다.
경영판단원칙을 들어 업무상배임죄의 성부를 판단한 쟁점 중 최근까지 문제되고 있는 것이 계열사에 대한 지원행위입니다. 예를 들어 그룹 내 다른 계열회사들에게 공급할 자재를 통합구매하는 방식으로 “몰아주기”를 한다거나 반대로 저가에 공급하는 행위를 할 경우 그룹 전체적으로는 이익이 될 수 있지만 지원행위를 한 회사만 놓고 보면 손해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지원을 해준 회사를 피해자로 한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한다고 검찰이 기소할 경우 지원행위를 지시한 그룹 총수 내지 대표이사는 책임을 면할 수 있을까요.
대법원은 이 같은 사안에 대해 최근 spp그룹 사건에서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결하였습니다. 대법원이 업무상배임죄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근거는 역시 경영판단 범위 내에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구체적으로 계열사에 대한 지원행위가 경영상 판단에 해당하려면
1) 계열회사들의 공동이익에 기여할 것(특정회사 또는 특정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면 안됨) 2) 지원대상 회사의 선정 및 지원규모가 합리적일 것 3) 위법사항이 없을 것 4) 지원한 회사가 적절한 보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을 요건으로 제시하였습니다. (대법원 (2015도12633)
계열사에 대한 지원행위는 업무상배임죄 외에도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부당지원행위)에도 해당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형사변호인으로서는 계열사의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업무상배임죄 입건이 이루어진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기 spp그룹 사건에서 지원행위가 위법한 경우에는 경영판단의 원칙이 적용될 수 없다는 해석도 가능한데, 해당 지원행위가 공정거래법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대법원에서 명시적으로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위 대법원판결 이후에도 롯데 피에스넷 인수에 관한 하급심판결 등에서도 부실계열사 지원행위가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결국 이 같은 지원행위는 “계열사의 공동이익”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따라 업무상배임죄 성부가 달라질 수 있으며, 단순히 채권회수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점만으로 처벌되는 것은 아니므로 법무법인 송경의 자문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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